예산을 늘려도 매출이 멈춰 있다면,
시야를 더 넓게 보자
퍼널을 넓히면 같은 예산이 더 멀리 간다
2020년 클래스101. 메타 광고에만 월 1억 원 가까이 쓰고 있었지만 성과는 제자리였습니다. 구매 전환에 90%를 몰아넣은 구조가 무엇을 놓치고 있었는지, 메타 코리아와 4주간 검증한 기록입니다.
2020년 초, 저는 클래스101에서 퍼포먼스 마케팅 리드를 맡고 있었습니다. 당시 클래스101은 메타 광고에만 월 1억 원 가까이 집행하던, 국내에서도 손꼽히는 규모의 광고주였습니다. 그런데 예산이 커질수록 성과는 오히려 제자리였습니다. 돈을 더 써도 매출이 그만큼 따라오지 않는 정체 구간이었습니다.
퍼포먼스 마케터라면 알 겁니다. 큰 예산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는 걸. 심지어 성과가 제자리일 때 그 스트레스… 성장해야만 하는 마케터에게는 일생일대의 과제입니다.
상식적으로 세운 가설
원인을 찾기 위해 예산 구조부터 뜯어봤습니다. 전체 예산의 90%가 구매 전환 캠페인에, 나머지 10%가 트래픽 캠페인에 몰려 있었습니다. 구매 전환 캠페인은 사러 올 가능성이 높은 사람을 찾아 보여주는 방식입니다.
가정적으로, 우리가 메타 광고의 큰손이 될 정도로 예산을 소진 중이라면, 이 타겟의 고객들은 살면서 우리 광고를 한 번은 봤을 가능성이 컸습니다. 즉, 이 고객은 우리가 쓰는 예산만큼 우리의 광고를 여러 차례 보고 있을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실제로 광고 빈도는 3을 넘고 있었습니다. 만약 그런 거라면, 이 고객은 아무리 노출되더라도 우리 제품을 안 살 사람들입니다. 예산이 낭비되고 있을 가능성이 있었습니다.
우리가 세운 가설은 이랬습니다.
즉시 구매할 전환용 타겟에게 다 도달했다면, 이제는 그 밖의 타겟에게 보여줄 차례다.
메타 코리아와의 풀퍼널 실험
마침 광고 규모가 컸던 덕분에 메타 한국지사와 공식적으로 성과 개선 실험을 함께 진행할 기회가 생겼습니다. 메타 측과 현재 계정 상황을 같이 점검하며 세운 액션플랜은 이렇습니다.
구매 전환에 쏠린 예산을 덜어 빈도를 낮추고, 인지·유입 단계로 새로운 타겟을 넓히자. 넓힌 모수는 충분한 리타겟팅 예산으로 다시 구매까지 끌어오자.
사실 당시만 해도 풀퍼널 마케팅은 지금보다 훨씬 생소한 개념이었고, 이를 실무에 제대로 적용한 스타트업도 드물었습니다. 내부에서도 "인지도를 높이는 광고가 대기업도 아닌 우리에게 정말 도움이 될까?"라는 의구심이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저는 강하게 밀어붙였습니다. 가설을 검증할 좋은 기회였기 때문입니다.
설득의 무게를 덜어준 건 실험 예산이었습니다. 메타가 실험 예산을 지원하겠다고 했을 때, 저는 지원 규모를 최대한 끌어올리는 데 공을 들였습니다. (메타 고맙습니다?) 실험이 성공하면 클래스101의 사례를 메타의 베스트 프랙티스로 외부에 공개해도 좋다는 조건을 제안했고, 그 덕분에 충분히 많은 예산을 지원받을 수 있었습니다. 내부의 리스크는 줄이고, 메타에게는 공개할 수 있는 성공 사례라는 명분을 준 협상이었습니다.
실험 설계 — 같은 예산, 다른 배분
메타의 A/B 테스트 기능으로 두 캠페인 구조를 동일한 예산 조건에서 4주간 비교했습니다. 메타가 지원한 실험 예산은 A안과 B안에 동일하게 배분해, 어느 한쪽이 예산 때문에 유리해지지 않도록 했습니다.
- A안 (기존) — 트래픽 10% / 구매 전환 90%
- B안 (풀퍼널) — 인지 15% / 트래픽 25% / 구매 전환 60%
승부를 가른 것은 소재
풀퍼널은 예산 비율만 바꾼다고 작동하지 않습니다. 목표가 다르면 소재도 달라야 합니다. 인지 캠페인에는 CPM과 CPV를 낮추는 데 최적화된 소재를 따로 만들고 계속 다듬었습니다. 트래픽 캠페인에는 CTR을 높이되, 클릭 후 도착한 페이지에서 고객이 광고와의 괴리감을 느끼지 않도록 메시지의 결을 맞추는 작업을 반복했습니다. 이렇게 각 목표에 맞게 충분히 깎은 소재들이 준비됐기 때문에, 두 안을 공정하게 비교할 수 있었습니다.
결과 — 4주 누적 블렌디드 ROAS 24% 개선
2주차가 지나자 B안의 전체 블렌디드 ROAS가 A안을 앞지르기 시작했습니다. 3주차, 4주차로 갈수록 격차는 더 벌어졌고, 4주 누적 기준으로 기존 대비 ROAS가 24% 높았습니다. 월 1억 규모에서 24%는 같은 돈으로 수천만 원어치의 성과를 더 만들어냈다는 뜻입니다. 이 구조를 본격 적용한 이후 클래스101은 역대급 광고 매출을 기록했습니다.
이 실험으로 제가 확인한 건 단순합니다. 구매 전환 캠페인이 가장 효율적으로 보이는 건 어디까지나 특정 규모까지라는 것. 그 이후에는 타겟을 넓히고, 넓힌 타겟을 다시 데려오는 풀퍼널 설계가 전체 예산의 효율을 결정합니다.
이 방식의 대가
다만 공짜는 아닙니다. 인지·유입으로 넓힌 모수가 리타겟팅 광고에 최적화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립니다. 그 사이에는 광고 매출이 일시적으로 떨어집니다. 이번 실험에서도 B안이 A안을 앞지른 것은 2주차가 지나서였습니다.
그 시간을 견딜 여력이 없다면, 예산 비율부터 바꾸는 것은 좋은 선택이 아닙니다.
지금 우리 브랜드에 던져볼 질문
- 우리 광고 예산의 몇 %가 구매 전환 캠페인에 쏠려 있나요?
- 광고 빈도는 계속 오르는데, 새로 도달하는 사람은 줄고 있지 않나요?
- 인지·유입 캠페인을 '효율이 낮은 광고'로만 보고 있지는 않나요?
예산이 커졌는데 성과가 멈췄다면, 더 쓸 곳이 아니라 다르게 쓸 곳을 찾아야 할 때일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