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가 안 되는 제품은
고민의 대상조차 되지 못합니다
핵심 고객을 재정의하고 고객의 언어로 설명해야 팔린다
2023년, 월 매출 300만 원을 간신히 넘기던 제품이 있었습니다. 제품력은 분명했지만 이름이 제품을 설명하지 못했습니다. 타겟을 다시 정하자 컨셉이 따라왔고, 5개월 뒤 월 약 1억 원이 됐습니다.
2023년 6월, 스팀팩트라는 제품을 만났습니다. 식물성 카페인으로 만든 알약이었습니다. 제품은 이미 출시된 상태였지만 판매는 지지부진했습니다. 제품력은 분명했는데 월 매출은 300만 원을 간신히 오가는 수준이었고, 이대로라면 단종될 수도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예산도 넉넉하지 않았습니다.
5개월 뒤인 10월, 이 제품은 단일 제품으로 월 매출 약 1억 원을 기록했습니다.
'에너지 타블렛'은 제품을 설명해주지 못했습니다
당시 스팀팩트는 '에너지 타블렛'이라는 이름으로, 피로 회복이 필요한 3040 남성에게 판매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에너지 타블렛이라는 말은 모호했습니다. 이게 커피 대용인지, 영양제인지, 약인지 고객은 한 번에 알 수 없었습니다. 이해가 안 되는 제품은 고민의 대상조차 되지 못합니다.
가설: 출발점에서 컨셉을, 가장 절실한 사람에게서 타겟을 찾자
실마리는 창업자이자 제품 개발자의 이야기에 있었습니다. 이 제품은 해외의 '누트로픽'이라는 개념에서 출발했다고 했습니다. 해외에서는 집중력과 인지 기능을 이야기할 때 이미 익숙하게 쓰이는 개념이었습니다. 저는 제품에 'K-누트로픽'이라는 닉네임을 붙이고, '식물성 카페인 영양제'라는 서브 개념을 더했습니다. 호기심을 일으키는 단어 하나와, 누구나 바로 이해하는 설명 하나를 짝지은 셈입니다.
타겟도 다시 정했습니다. 커피와 에너지 드링크에 기대 버티는 고등학생이 많다는 걸 발견했고, 핵심 타겟을 '고3 수험생과 그 부모님'으로 바꿨습니다. 돌아보면 이 결정이 가장 중요했습니다. 누가 가장 절실한지가 정해지자, 집중과 몰입을 말하는 누트로픽이 그 사람에게 딱 맞는 언어가 됐습니다. 타겟과 컨셉이 서로를 설명하는 구조였습니다.
실행 1. 스토어 전체를 누트로픽의 언어로 바꿨습니다
당시 판매처는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하나였습니다. 상세페이지부터 스토어 배너까지 전부 누트로픽과 관련된 이미지와 워딩으로 바꿨습니다. 메인 카피는 '선명한 몰입감, 강력한 에너지'로 잡고, 디자인 전반에 임팩트 있게 힘을 줬습니다.
설득은 세 단계로 짰습니다. 먼저 누트로픽이 무엇인지, 해외에서는 어떻게 쓰이는지를 해외 기사 발췌와 함께 소개했습니다. 당시 상세페이지에는 아이비리그 대학생들이 애용한다는 해외 사례도 담아 학습의 이미지를 강화했습니다. 다음으로 일반 카페인을 섭취한 뒤 에너지가 급격히 떨어지는 '카페인 크래시'를 짚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식물성 카페인과 L-테아닌의 '황금 조합'을 제시했습니다. 이전에는 식물성 카페인만 강조했다면, 이제는 왜 이 조합이어야 하는지를 설명한 것입니다. 실제로 개발자는 관련 논문을 근거로 배합비를 설계했고, 저희는 그 논문을 적극 인용했습니다. 과장이 아니라 근거로 설득하고 싶었습니다.
실행 2. 적은 예산은 네이버 인플루언서와 맘카페에 걸었습니다
타겟이 정해지자 채널도 분명해졌습니다. 수험생 부모님이 정보를 찾는 곳, 네이버였습니다. 예산이 정말 적었기에 두 가지에만 집중했습니다.
첫째, 네이버 인플루언서와의 키워드 챌린지입니다. 네이버 인플루언서는 인스타그램 인플루언서보다 비용이 낮았지만, 검색 결과 상위에 노출됐을 때의 설득력은 훨씬 강했습니다. 논문 캡처와 누트로픽의 해외 이미지를 담은 칼럼형 콘텐츠가 됐기 때문입니다. 다섯 분의 인플루언서와 좋은 관계를 맺고, 카페인 관련 키워드를 돌아가며 상위노출 콘텐츠를 반복 배포했습니다.
둘째, 맘카페 바이럴입니다. 여러 소재를 실험해 보니, 수험생이 커피나 에너지 드링크를 마실 때와 비교해 이 제품의 이점을 소개한 글에 반응이 가장 좋았습니다.
이 두 가지만으로 초기 매출이 두 배 이상 올랐습니다.
실행 3. 채널을 넓히고, 광고에서 찾은 키워드를 소재로 되돌렸습니다
네이버에서 가능성을 확인한 뒤 쿠팡, 위메프, 카카오 톡딜로 판매 채널을 넓혔습니다. 채널마다 프로모션 혜택을 활용해 노출을 늘리고, 네이버 쇼핑검색 광고와 쿠팡 CPC 광고로 기본 매출을 받쳤습니다. 키워드 광고의 진짜 수확은 파생 키워드였습니다. 광고를 운영하며 새로 찾은 키워드를 상위노출과 바이럴 소재로 다시 썼습니다. 예산이 없었기에, 채널끼리 서로를 돕게 만든 것입니다.
가격도 기존보다 여유 있게 다시 잡았습니다. 채널 수수료를 고려해야 했고, 쌓인 후기와 잘 깎인 상세페이지 덕분에 지불 의향이 충분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커피·에너지 드링크 가격과 나란히 비교해 보여주자 결코 비싸 보이지 않았고, 가격을 올린 뒤에도 전환율은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채널 수수료와 프로모션 할인을 감안하고도 영업이익률 20%는 끝까지 지켰습니다. 그 이익률 안에서 가능한 마케팅만 집행했습니다.
10월, 수능을 앞두고 톡딜에서 터졌습니다
최고 매출은 카카오 톡딜에서 나왔습니다. 톡딜 오픈에 맞춰 맘카페 핫딜 바이럴을 진행했는데, 그동안 소재를 실험하며 반응 좋은 글을 계속 다듬어 온 덕분에 이 글이 크게 퍼졌습니다. 오픈 첫날 판매가 급증하며 상위 랭킹에 올랐고, 바이럴 유입뿐 아니라 오가닉 매출까지 함께 늘었습니다.
시점은 수능을 한 달 앞둔 10월, 수험생 타겟 전략이 가장 빛날 때였습니다. 월 300만 원도 팔지 못하던 제품이 5개월 만에 월 약 1억 원을 만든 순간이었습니다.
제련하고, 연마했습니다
돌아보면 가장 주효했던 건 리브랜딩이었습니다. 모호한 '에너지 타블렛'을 고객에게 친숙한 효용 중심의 개념, 'K-누트로픽'과 '식물성 카페인 영양제'로 다시 세운 제련. 그리고 그 제련은 고객을 '고3 수험생과 부모님'으로 다시 정의했기에 가능했습니다. 컨셉이 선명해지자 어떤 채널에서 어떤 콘텐츠로 고객을 만나야 할지도 자연스럽게 풀렸습니다. 그 뒤로는 소재와 광고를 끊임없이 깎는 연마가 이어졌습니다.
우리 브랜드에 대입해 볼 질문
- 고객이 이미 아는 단어로, 우리 제품을 한 문장에 설명할 수 있나요?
- 지금의 타겟은 우리 제품이 가장 절실한 사람인가요?
- 제품이 처음 출발한 이야기 속에, 아직 꺼내지 않은 컨셉이 숨어 있지는 않나요?
- 광고에서 발견한 키워드를 콘텐츠와 바이럴 소재로 다시 쓰고 있나요?